허난설헌 시 곡자(哭子), 기구한 운명, 자식 잃은 서러움

By | 2017년 8월 2일

허난설헌 (1563 ~ 1589). 꽃다운 나이인 27세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출중한 능력만큼이나 커다란 아픔을 겪으며 살아야 했던 우리나라 비운의 여류시인. 결혼한 김성립과 아이 둘을 낳았으나 둘 다 잃게 되고, 뱃속의 아이도 유산되는 아픔을 겪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죽으면 시를 다 태워달라고 유언을 할 정도니 얼마나 세상에 원망이 많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허난설헌 시 곡자(哭子), 기구한 운명, 자식 잃은 서러움>

허난설헌

동생 허균은 누나의 재능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비록 누나가 조선 땅에서 인정받기 힘들지언정 뛰어난 시를 묻힐 수 없어 스스로 외워서 엮어내게 되었으니… 허난설헌의 작품은 일본과 중국에까지 알려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 태워 없앴음에도 동생 허균 덕분에 지금까지 남아 있는 자료도 있는 것이고요.

정말 안타까운 운명이었던 허난설헌의 자식 잃은 서러움을 담은 시 ‘곡자’를 소개해 봅니다.

去年喪愛女(거년상애녀) 작년에 사랑하는 딸을 잃었고
今年喪愛子(금년상애자) 올해에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哀哀廣陵土(애애광릉토) 슬프고 슬프도다, 광릉 땅에
雙墳相對起(쌍분상대기) 한 쌍의 무덤이 서로 마주하고 일어섰네
蕭蕭白楊風(소소백양풍) 백양나무에 쓸쓸히 바람 불고
鬼火明松楸(귀화명송추) 귀신불은 소나무와 오동나무를 밝히네
紙錢招汝魂(지전초여혼) 종이돈으로 너희들 혼을 부르고
玄酒奠汝丘(현주전여구) 맹물을 너희들 무덤에 따르네
應知弟兄魂(응지제형혼) 알고말고, 너희 자매의 혼이
夜夜相追遊(야야상추유) 밤마다 서로 따라 노니는 것을
縱有腹中孩(종유복중해) 비록 배 속에 아이가 있은들
安可冀長成(안가기장성) 어찌 장성하기를 바랄 수 있으랴
浪吟黃臺詞(낭음황대사) 헛되이 「황대사」를 읊조리니
血泣悲呑聲(혈읍비탄성) 피눈물이 나와 슬픔으로 목메네

<참고자료. 조선시대 한시읽기>

마지막에 등장하는 ‘황대사‘는 고사를 인용한 것입니다. 당 고종의 아들이 자신의 형인 태자를 독살한 계후를 왕과 왕비가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은 노래로 그도 결국 죽게 됩니다. 허난설헌의 자식 잃은 슬픔에 이 비극적인 사건을 덧대어 표현한 것 같네요.

황대 아래 외 심으니
주렁주렁 외가 익네
첫 번째 외는 좋다고 따내고
두 번째는 아직 여리다 솎아내고
세 번째는 맛이 좋다 또 따내고
네 번째는 덩굴째 걷어 가네

네 번째까지 있는 건 당시 당 고종의 왕비의 자식은 넷째까지였고, 그다음이 계후의 자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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